공장 다니던 순이는 어떻게 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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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 올레길 G밸리 「구로공단노동자생활체험관」 방문

시대의 아픔, 시대의 희망 구로공단 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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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구로구 명품 구로 올레길을 소개한 바 있다. 산림형, 하천형 그리고 도심형을 답사하고 2편에 걸쳐 기록했다. 1편은 산림형, 하천형으로 힐링용이고 건강용이었다. 2편 도심형은 역사 탐방이었다. 도심형 코스 끝자락 G밸리에서 자연스레 과거와 만났었다. 과거로 올레길이다. G밸리는 50+ 세대에게 낯설지 않은 옛 구로공단 자리이다. 그리고 G밸리 전철 1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 옆에 구로공단노동자생활체험관이 있다.

 

 구로공단노동자생활체험관은 196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까지 구로공단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의 숙소를 시민들이 체험해 볼 수 있도록 서울 금천구청에서 복원하였다. 대한민국 산업화와 민주화에 크게 기여한 그들의 공로를 기념하고 후대에 전할 목적이다(금천구청 홈페이지). 2014년 서울미래유산으로 공식 지정되었다. 구로공단은 우리나라 최초로 건설된 국가수출산업단지를 말한다.

 

 

 구로공단노동자생활체험관 전경, 입구 표지판

 

대한민국은 지금 세계 경제 규모 10위이다. 코로나19가 창궐한 이 시기에 우리는 세계 모범 방역국가이며, BTS와 손홍민의 나라이다. 늦은 밤에도 걱정 없이 산책할 수 있고, 아프면 언제든지 병원에 갈 수 있는 나라이다. 물론 아직 세계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정치, 입시교육, 환경 분야도 있다. 영화 ‘국제시장’에서 주인공 덕수가 “아버지, 이만하면 내 잘 살았지예, 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라고 말했던 것처럼 50+이전 부모, 형, 누나들이 가족을 위해 희생했던 시간들이 지금 대한민국의 바탕이 되었다. 그 부모, 형제 중 구로공단 노동자가 있었음을 잠시 잊고 있었다.

 

그들이 산업화에 기여한 공로는 무엇이고 민주화에 기여한 공로는 무엇일까. 당시에는 산업자원이 빈약해서 경제 구조는 수출주도형인데, 기술은 미약하고 인력은 풍부해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대체로 봉제, 가발, 전기전자, 완구 등이었다. 그 현장에 우리 누이들이 있었다. 11만 명이 구로공단에서 일했는데, 여성이 80%였다고 한다. 이곳에서 1971년 수출 1억 불을 돌파했다. 1977년 나라 전체에서 수출 100억 불을 달성했을 때는 11억 달러를 차지했다. 70년대 10% 대의 경제성장을 세계인들은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렀다. “노동자들의 희생과 노력 덕분에 ‘한강의 기적’이 일어난 것인데, ‘기적’만 남고, ‘노동자’는 지워졌다”는 당시 구로공단 가발공장 배옥병 노조위원장의 글 앞에서 숙연해지고 말았다. 남아선호사상이 강했던 그 시절, 누이는 월급으로 오빠 남동생 학업 뒷바라지도 해야 했다.

 

미싱

 

 공장에서 일했던 누이들은 하루 8시간 노동은 고사하고 12시간, 16시간에 철야 근무까지 미싱(수동식 봉제기계) 앞을 떠나지 못했다. 졸다가 미싱의 날카로운 바늘에 찔려, 손에 여러 번 피가 났다. 야근과 철야 노동에 대한 보상은 감히 생각지도 못했다. 너무 어린 나이였다. 16살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비로소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회사는 이를 방해했다. 저임금으로 제품 가격을 낮춰야 가격 경쟁을 할 수 있기에 정부는 거의 묵인하던 시대였다. 아픔이 가득한 시대. 그 아픔을 박종원 영화감독은 <구로아리랑>에, 신경숙 소설가는 <외딴방>에 담았다.

 

 체험관은 입구부터 달랐다. 좁다. 일반 주택을 개조한 것 같다. 1층 기획전시관, 2층 상영관, 체험방은 반지하에 있다. 구로공단 노동자들이 살았던 방은 쪽방이며 벌집이라고 불렀다. 체험관으로 개조된 이 집도 원래 벌집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반지하 긴 복도 양쪽에 작은방이 줄지어 있다. 몸을 누일 수 있는 방과 손바닥만 한 부엌이 다닥다닥 벌집처럼 붙어있다. 화장실 세면장은 공동사용한다. 성냥갑 속에 와 있는 기분일 것이다. 순이의 방은 희망의 방, 문화의 방, 봉제의 방, 공부의 방, 생활의 방이다.

 

반지하 체험관 전경

 

순이의 방, 벌집이 연상되는 성냥갑

 

관람 시간은 매주 일요일, 설·추석 연휴를 제외하고 아침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가능하다. 다만, 최근에는 예약제로 바꿨고 관람 횟수도 3회로 제한했다. 반드시 네이버에서 사전 관람 신청을 해야 한다. 아마도 코로나19때문인 것 같다. 입장료는 무료다. 금년에는 VR 온라인 전시관을 개관했다. VR 영상으로 미리 관람하고 가면 좋겠다. 스페셜 코너에서 「특별한 보통날」도 있다. 구로공단에 터전을 잡고 사는 보통 사람의 특별한 이야기를 듣는 것도 추천한다.

 

 무엇보다 미디어 코너에서 「언니로(路)-여성노동자의 발자취를 따라서」를 보고 가자. 당시 구로공단 노동자였던 두 언니(지금은 50+중장년)가 자신이 다니던 옛 공장 터 앞에서 그때의 이야기를 상세하게 들려준다. 국회의원 심상정 씨도 구로공단 봉제사로 일했음을 밝히고 있다. 듣고 있자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게 사실일까’ 의구심이 들 정도다. 지금의 경제, 이 땅의 민주가 거저 생긴 것이 아님을 안다. 올겨울 따뜻해지도록 감사한 마음을 갖자.

 

☞ 구로 올레길 답사기2

 

 

50+시민기자단 이형걸 기자(neoegirlr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