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여는 절집, 개심사 한 번 가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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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심사는 가야산의 한 줄기가 내려온 상왕산 중턱 가파른 비탈을 깎아 터를 잡았기 때문에 수덕사나 가야사 같은 호방함은 없다. 그러나 저 멀리 내다보는 시야는 서해로 뻗어가는 시원스러움이 있고 양쪽 산자락이 꼭 껴안아 주는 포근함이 있다.

 

-유홍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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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심사 가는 길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씩 발이 묶인 일상을 잠시 떠나 그리운 풍경, 서정을 만나러 가고 싶을 때가 있다. 기자에게는 동해안 아랫자락의 감포 바다 감은사지터와 개심사가 그곳이다. 하지만 생활의 시간은 늘 팍팍해서 제법 먼 감포 바다를 찾는 일은 늘 수월치 못하고 잠시 짬을 내서 자주 찾는 곳이 개심사이다위의 글은 한때 전 국민의 문화유산 답사 붐을 일으켰던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나오는 개심사에 대한 글이다. 이 책이 나온 후 개심사는 나에게만 특별한 곳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곳이 되었다.

 

충남 서산에서 해미로 가는 길, 왼쪽 깊숙한 곳에 자리한 개심사는 654(의자왕 14) 혜감이 창건하여 개원사라 하였다. 고려 충숙왕 때 처능이 중창하고 개심사라 하였다고 전해진다. 조선 성종 6년에 중창하였고 그 뒤 1740(영조 16) 중수를 거쳐 1955년 전면 보수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나무들이 서둘러 잎을 떨구고 있는 산길을 달려 도착한 개심사는 언제나처럼 소나무 숲길 깊숙이 그 모습을 숨긴 채 맑은 바람 소리만 쏟고 있었다하늘을 찌르는 나무들을 스치듯 지나 처음 만나는 풍경은 연지다. 종루 아래로 사각의 못을 파고 쌓은 단 위로 오래 묵은 나무들이 어우러진 연지의 모습은 속세에서 법열의 세계로 들어서는 사람들이 마음을 씻는 곳이다. 지금은 단풍이 한창이지만 늦은 봄 연지 위로 가지를 드리운 오래된 배롱나무와 그 꽃의 향연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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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깊은 역사가 숨 쉬고 있는 개심사 경내

 

본격적으로 개심사 경내에 들어서면 단아하면서도 깊은 역사가 구석구석에 숨 쉬고 있다현존하는 당우로는 보물 제143호로 지정된 대웅전을 비롯하여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194호인 명부전(冥府殿),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358호인 심검당(尋劍堂), 무량수각(無量壽閣안양루(安養樓팔상전(八相殿객실·요사채 등이 있다가람배치는 북쪽의 대웅전을 중심으로 좌우에 심검당과 무량수각의 당우를 놓고 그 전방에 누각 건물을 배치하고 있어, 조선 초기의 배치법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그리고 명부전과 팔상전 등은 대웅전과 안양루를 잇는 남북 자오선(子午線)의 주축이 되는 일반적 가람배치 형식에서 벗어나 있다. 건축양식은 다포계(多包系주심포계(柱心包系익공계(翼工系)의 형식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당우 가운데 대웅전은 1484(성종 15)에 건립한 건물이며, 내부에는 아미타불과 관세음보살·지장보살을 봉안하고 있다. 심검당은 그 남쪽으로 자형의 다른 요사와 함께 연결되어 있고 정면 3, 측면 3칸의 맞배지붕이며, 주심포계 양식의 건물로서 그 형태가 단아하다. 정면 6, 측면 3칸의 무량수각은 자연석 초석 위에 원주의 기둥을 사용하였고, 포작(包作)은 익공계이며, 처마는 겹처마의 팔작지붕이다. 안양루는 정면 5, 측면 3칸의 팔작지붕 건물이며, 내부의 바닥은 우물마루이고 천장은 연등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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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산 개심사 대웅전

 

명부전은 무량수각 동편에 위치하며 정면 3, 측면 3칸의 맞배지붕으로 측면에 풍판(風板: 비바람을 막기 위해 연이어 대는 널빤지)이 있는 조선 초기의 건물이다. 명부전 내부에는 철불 지장보살좌상과 시왕상(十王像)이 봉안되어 있는데, 기도의 영험이 신통하다 하여 참배객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팔상전은 명부전 북쪽에 위치하며 정면 3, 측면 3칸의 주심포 건물로 문수보살상을 봉안하고 있다이 밖의 문화재로는 대웅전 앞의 오층석탑과 청동 향로가 있다. 이 절에서 개판 된 장경으로는 1580(선조 13) 개판 된 도가논변모자리혹론(道家論辨牟子理惑論)1584년에 개판 된 몽산화상육도보설(蒙山和尙六道普說)·법화경등이 있다.

 

아무런 예비지식이 없어도 보는 사람을 놀라게 하는 집은 심검당(尋劍堂)이다. 대웅보전과 같은 시기에 지었고 다만 부엌 채만 증축한 것으로 생각되는 이 집은 그 기둥이 얼마나 크고 힘차게 휘었는지 모른다. 이 절집 종루의 기둥 또한 기상천외의 모습이다. 그 모두가 자연스러움을 거역하지 않고 오히려 즐기고 순종한 마음의 소산이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중에서-

 

유홍준 교수의 책에서도 거듭 경탄을 쏟고 있지만 개심사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심검당이다. 건물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이며 서까래로 쓴 나무가 자연 그대로이다. 휘어진 기둥을 다듬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여 자연스러움과 소박함을 느낄 수 있다. 절집 분위기보다는 사대부가의 고택 분위기가 난다. 질박함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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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 그대로의 멋을 살린 심검당

 

개심사에서 자연 그대로의 멋을 살린 것은 심검당뿐만이 아니다. 종루의 기둥도 제멋대로 생긴 나무를 사용하여 자연미를 살렸다. 비틀어지고 휘어진 기둥이 아름답다.​​ 자연 속에서 자연을 거스르지 않은 질박함과 소박함을 그대로 지닌 개심사. 기자는 남아 있는 절집의 편안한 모습보다도 애초에 이런 굽은 기둥을 그대로 사용해서 절집을 짓기로 한 옛 선인들의 마음이 더 소중하게 생각됐다. 분명 그분들 또한 자연의 마음을 닮은 분들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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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주는 조화와 균형이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절집. 작고 평범해서 더욱 깊은 울림을 주는 공간. 개심사는 그래서 찾는 이들에게 평화와 자유를 느끼게 해주고 그런 이유로 떠나는 이들의 가슴에 오래오래 자리 잡게 되는 듯하다두 시간 가을을 달려 개심사 가슴 깊은 곳에 잠깐 머물다 다시 세상으로 돌아가는 시간. 떠나면서도 곧 돌아올 것 같은 예감이 뒤통수에 매달리는 곳. 그저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개심사는 소중하다. 굽은 기둥의 심검당이 슬며시 미소 지으며 기다리는 곳. 한 번 들러보시죠.

 

 

50+시민기자단 김재덕 기자 (hamoone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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