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이 있는 낭독, 최상옥 강사
ⓒ 50+시민기자단 이현숙 기자
요즘 사회적으로 새로운 일자리 사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인생 후반기 신중년들의 경험과 역량을 활용하여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들이 등장하는 걸 본다. 그동안 단순한 공익형 일자리 위주였다면 이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구체적인 능력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발굴하여 현장과 연계하는 사업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50플러스 남부캠퍼스에서는 중장년층의 능동적 사회활동과 관련된 교육 콘텐츠를 주제로 올 상반기 50+강사제안 교육과정을 진행했다. 50+세대 강사 개인이 자신의 경험, 지식, 노하우 등을 사회와 공유하며 강사로서 활동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 개설 기회를 제공하는 공모사업이다. 실력 있는 참가자들의 서류 심사와 대면 심사를 통해 사업 적격성과 강사의 역량, 운영 전망 등을 검토한 뒤 강사 선정을 마쳤고 이번에 강의 개설에 이르렀다.
ⓒ 50+시민기자단 이현숙 기자
“울림이 있는 낭독”
이번 50+강사제안 교육과정 중에서 최상옥 강사님이 진행하는 수업이다. 한동안 50+캠퍼스 활동들이 주춤했었다. 이제 다시 캠퍼스를 찾아드는 빠른 발걸음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남부캠퍼스 3층 큰배움실에 모여든 20명의 수강생과 최상옥 강사님의 첫 만남을 따라가 보았다.
ⓒ 50+시민기자단 이현숙 기자
먼저 프로그램 담당자와 학습지원단 선생님의 교육과정 오리엔테이션으로 시작했다. 이어서 ‘울림이 있는 낭독’의 최상옥 강사님 수업이 진행되었다. 사무엘 울만의 ‘청춘’이라는 시를 읽으며 멋지게 워밍업이 이루어진다.
감정이입을 통해서 타인에 대한 공감과 소통이 쉬워진다는 낭독의 방법에 대한 설명이 마음에 와 닿는다. 그런 친절한 설명 후 직접 해보는 낭독 발표나 각자 그림으로 표현하는 시간은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자리에서 일어나 둥글게 원을 그리며 일체감을 갖는 시간도 흥미롭다. 자기소개를 하고 누군가를 알아가는 소통의 시간은 앞으로 이어지는 6회의 강의 시간을 더욱 친근하게 할 것이다.
ⓒ 50+시민기자단 이현숙 기자
잠깐 쉬는 시간에 최상옥 강사님을 만나 보았다.
Q. 보통 강의 시간이 1~2시간인데 하루 3시간이나 하는군요?
“네, 그 정도는 해야 뭐 좀 하지요. 아니면 한두 시간으로는 턱도 없어요.”(웃음)
Q. 일반적인 강의와는 달리 낭독이란 것은 좀 특별한 느낌인데 주로 어떤 분들이 참여하는가요?
“그동안 낭독은 우리가 해보고자 해도 기회가 많지 않았잖아요. 옛날에는 이런 것을 부모님들이 수용하지 못했죠. 일단 접어두었던 꿈을 펼쳐보자 하는 분들이 있고요. 목소리 봉사를 하는 분들도 있는데 하다 보면 잘하고 싶은 기본적인 욕구가 있기 마련입니다. 잘하고 싶은 욕구. 그리고 기왕이면 좀 더 나은 목소리로 하고 싶거든요.”
“목소리 봉사를 하다 보면 녹음을 해서 듣곤 합니다. 원래 자기가 가진 목소리가 마음에 안 들거든요. 남의 목소리가 좋아 보이고 그래서 트레이닝 받고 싶은 욕구가 생깁니다. 낭독극은 자기 안의 상처와 부딪치는 것, 말은 하지 않지만 마음속의 문제들이 치유되는 것을 봅니다. 제가 심리 상담을 하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 50+시민기자단 이현숙 기자
Q. 강의를 하면서 낭독의 효과나 다양한 사례들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한 번은 모임에서 시연을 하는데 돌아가면서 한 줄씩 읽는 거였습니다. 그게 우리가 잘 아는 소설 ‘어린 왕자’였어요. 어린 왕자가 가진 기본적인 마인드가 있잖아요. 어느 30대 초반의 젊은 여자분이 읽다가 너무 우는 겁니다. 그래서 그분 한 명이 읽는데 전염이 되어서 모두 울었답니다. 이게 많이 읽거나 여러 번 낭독해서 완전히 감정이입이 되어서가 아니라 그냥 그 대사의 분위기 자체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제와 부딪혔을 때 터지는 겁니다. 이럴 때 당사자는 카타르시스를 느끼는구나 그런 생각을 여러 번 했어요.”
“또 언젠가는 코로나 때문에 줌으로 수업을 하는데 커뮤니티 멤버인 50대 한 분이 체험해 보고 싶다면서 오셨어요. 대본은 ‘사랑손님과 어머니’였는데 사실 울 만한 내용은 아니잖아요. 그렇지만 그 소설에 자기 안의 문제가 투영이 되는 거죠. 그러면서 떠나가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도 밀려오고. 그런 것들과 혼자만의 생각들로 자기 안의 문제가 투영되기도 하고 울컥하면서 카타르시스가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 50+시민기자단 이현숙 기자
Q. 아마 혼자서 하는 낭독이 아니고 함께 하는 것이어서 더 그렇지 않았을까요?
“맞습니다. 처음부터 자기 목소리로 읽는 것보다는 누군가가 읽어 주었을 때 누군가가 말해주는 효과가 있거든요. 예를 들어 상담할 때 역할극을 하잖아요. 다른 사람이 되어보기에서 내가 남에게 충분히 말해줄 수 있는, 그리고 자문해 볼 수도 있었던 말인데 타인이 해주면 그 말이 비로소 들려요. 자문한 것과 다른 효과가 있다는 거죠. 거기에 마음이 흔들리는 것입니다.”
Q. 낭독 강의를 듣기 위해 멀리서도 오는 걸 보니 관심들이 많은가 봅니다.
“이번에 정말로 각지에서 오신 것 같아요. 서울 각 지역과 수도권에서도… 올 초에 했을 때는 부근에 사는 분들만 왔었는데 이번엔 멀리서도 많이들 오셔서 저도 놀랐습니다.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 50+시민기자단 이현숙 기자
Q. 강좌를 듣고 배우는 것이 앞으로 어떻게 활용되는지요?
“각자 하는 일들이 다르니까요. 주로 팀을 만들어 공연을 하기도 해요. 목소리 봉사단의 경우 좀 더 퀄리티있게 하려는 것이기도 하고, 일부는 어르신에게 책을 읽어 주거나 어린이와 학생들에게 동화구연을 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저 같은 경우 이런 프로젝트를 할 때 관객들이 직접 낭독극에 참여하며 체험으로 하는 것이 효과적이었던 걸 기억합니다.”
Q. 이번 강의의 마지막 수업은 공연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네, 오늘 첫 수업 후 다음 시간에 대본을 받아 팀을 나누어 연습을 할 겁니다. 이 분들이 의외로 능력자들이어서 맡겨보면 연출과 음향까지 다 하십니다. 우리 모두 곧 바빠질 겁니다.”
ⓒ 50+시민기자단 이현숙 기자
50+세대 강사의 일자리 현장은 스스로 도전하는 용기와 당찬 제안으로 삶의 활력을 되찾은 청춘 그 자체다. 일하는 즐거움과 경제력을 얻고 새로운 커리어를 만들어 나가는 모습, 이 모든 것을 사회와 공유하면서 언제까지나 성장하는 모습은 마냥 아름답기만 하다. 최상옥 강사님의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전하는 울림이 있는 낭독 강의실은 무더위 속에서도 열기가 한창이다.
50+시민기자단 이현숙 기자 (newtree14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