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보고(寶庫), 서울 책보고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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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보물이 되는 공간, 서울 책 보고 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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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첫날, 지난 3월 처음 문을 연 잠실나루역 서울책보고에 친구와 함께 다녀왔다.
책보고(冊寶庫)란 말 그대로 책이 보물이 되는 공간이다.
오래된 책에 보물 같은 가치를 담아내는 가치의 공간이자,
지금 이 시대를 대표하는 명사들의 재능과 지식을 나누는 나눔의 공간이며
개성 있고 다양한 독립출판물을 경험할 수 있는 향유의 공간이고,
책을 기반으로 다양한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출입문을 들어서면 거대한 아치형 철제 서가가 마치 책 동굴에 들어온 듯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오래된 책에서 풍겨오는 따뜻한 책 냄새가 후각을 자극해 온다.
추억과 가치의 공간, 헌책방
헌책방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곳이 청계천 헌책방이다.
70·80년대 중고등학교를 다녔던 50+세대들은 헌 교과서와 참고서, 사전류를 사러
자주 찾았던 헌책방의 추억들이 고스란히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다.
나 역시 손바닥만 한 문고판을 많이 사서 모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우선 책값이 싸고 가지고 다니기 편해서 주로 김형석, 이어령, 안병욱 교수님들이 쓴 책들을 많이 사 모았었다.
그 많던 문고판 책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헌책방의 운영이 점점 어려워지자 2014년 서울, 경기를 중심으로 30여 개의 헌책방이 전국책방협동조합을 설립했다고 한다.
이곳에도 오래된 추억과 따스한 온기를 간직한 26개의 헌책방이 입점해있다.
재능과 지식의 나눔의 공간
서울대 사회학과 한상진, 심영희 교수님 부부가 기증한 책이 유난히 많았다.
기증한 책의 붉은 책갈피 사이로 밑줄이 쳐지고 형광색이 칠해진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한 시대의 지식인으로, 올곧은 학자로 살아올 수 있었던 저력을 엿볼 수 있었다.
다양한 독립출판물, 향유의 공간
독립출판이란 대형출판사를 통한 통상적인 책 제작 방식에서 벗어나
개인이나 소수 그룹이 기획, 편집, 인쇄, 제본해서 책을 출판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상업성을 떠나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출판계의 인디문화가 독립출판물이다라고 할 수 있다.
북 카페 맞은편에 개성 있는 독립출판물 코너가 위치하고 있다.
팜플렛 같은 책도 있고 담백한 사진과 그림만으로 채워진 책도 있다.
내 안에 잠자고 있던 책 쓰기에 대한 꿈이 스멀스멀 꿈틀거림을 느낀다.
한 번쯤은 나도 나 스스로에게 책 쓰기의 기회를 줄 것인가?
그것이 언제인가? 많은 생각들이 오고 간다.
책보고는 복합문화 공간이다.
6월의 첫날은 ‘지나간 시간을 엿보다’ 잡지전과 오후 2시부터 책 경매가 진행되었다.
그랬어! 저 잡지가 있었지! 누렇게 세월을 이고 있는 사상계부터 샘이 깊은 물까지 잊고 살았던 기억들을 되살려 주는 잡지들 앞에서
일벌레로 살아온 나와 이젠 질병을 달고 사는 병주머니로 산다는 친구는 탄성을 질러댔다.
서울 책보고는 서울시가 헌책방들을 모아 오래된 책의 가치를 담아 새로 만든 헌책방이자 도서관이며 복합문화 공간이다.
매월 풍성하고 다양한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됨으로 사이트에서 확인하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홈페이지: http://www.seoulbookbogo.kr)
교통도 편리해서 지하철 2호선 잠실나루역 1번 출구 바로 옆이다.
운영시간은 매주 화~금 10:30~20:30까지 토·일 및 공휴일은 10:00~21:00까지 이다.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회상과 대화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어,
괜찮은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고 다시 한번 방문 약속을 잡아 보고 싶은 곳이었다.
무엇보다도 50+ 세대들에게 서울 책보고는 지난 세월을 반추해 볼 수 있는 추억의 공간이 될 것이다.
같은 시기를 살아온 친구와 함께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