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y Mountain Hig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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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여행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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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다운타운을 출발한 버스가 로키를 향해서 9시간 달려서 가는 동안 나는 대자연 속에 편안히 갇히는 행운을 맛보았다. 길고도 먼 여정인데도 단 한 번도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가는 길에 높은 산에서 새하얗게 부서져 흘러내리는 모습이 면사포 같아서 브라이덜 폭포라 불리는 곳에도 들렀다. 태고의 숲에 잠겨본 시간이다. 아이들은 자연 그대로의 장소에서 뛰어놀 수 있는 행운을 누린다. 폭포 아래 사람들이 아주 작아 보이는 곳. 인디언들이 살았던 조용한 동네의 산속이었다.
끝을 알 수 없는 1번 국도를 계속 달리면서 Farm market에도 들러 BC주의 청정한 블루베리와 체리도 사 먹으며 여행길의 피로를 날린다. Gold rush의 거점도시였던 호프에서 높푸른 하늘 아래에 자리한 식당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고 내 주변 어디로든 쭉 뻗어있는 길을 달리고 또 달린다.
도로 위를 달리며 들판과 산과 하늘이 끝없이 스친다. 셔터를 누르면 패닝샷이 절로 만들어진다. 그렇게 달리는 길옆의 산에서는 아기 곰이 내려오고 다람쥐가 노닌다. 그 옆으로 계속 이어지는 아주 이쁜 호수와 강이 햇살에 빛나고 있다.
버스에 주유하기 위해 캠룹스에서 30분 정도 멈췄다. 워낙 멀리 달리는 차들이 많아서 기름을 가득 넣느라 주유시간이 한참씩 걸린다. BC주의 남동 중심을 가로지르는 코키 할라 하이웨이를 따라 준사막지역인 메릿과 목재의 도시이고 내륙교통의 중심지인 캠룹스 주유소엔 캠핑카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캐나다의 하늘이 너무나 아름다워 고개를 들어 하늘 보기에 정신 팔릴 수밖에 없는 그곳. 캠룹스의 주유소 광장에서 하늘을 마음껏 눈에 넣었다. 시원한 푸르름에 제대로 안구정화를 한다.
새벽부터 달리기 시작한 버스가 도착한 첫날의 휴식처는 레벨스톡이다.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빨간 뾰죽지붕이 이쁜 호텔 옆엔 오후의 빛을 받은 호수의 반영이 잔잔하다. 그 호수에는 카야킹하는 사람들의 풍경이 평화롭다. 주어진 자연을 잘 지켜주면서 함께 놀아주는 것만큼 더 좋은 게 있을까. 사람이 있어서 자연이 아름답고 자연이 있어 우린 고맙다. 여행길에 푹 쉬면서도 그 시간을 또 즐기는 모습들이 가득한 호수,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짧은 시간이라도 놓치지 않음을 본다. 호수나 강이 풍경으로만 있는 것이 아니라 휴식과 즐김의 장소로 충분히 이용되는 나라다.
산과 호수로 둘러싸인 숙소에서 쉬는 것은 힐링을 함께 하는 것이다. 그렇게 자연 속에 푹 파묻혀 하루를 쉬고 나니 창밖 호숫가엔 밤새 쉬고 있는 보트들이 나란히 또 다른 하루를 기다린다. 자, 다시 하루가 시작된다. 출발~
드디어 로키산맥에 다다르는 날이다. 밴쿠버를 출발해서 골드러시의 거점 도시였던 호프를 지나 BC 주 남동 중심을 가로지르는 코키할라 하이웨이를 따라 준사막 지역을 지나왔다. 도로 위엔 캠핑카를 몰고 달리는 다양한 캠핑족들을 숱하게 볼 있었다. 대자연 속에서 누리는 그들의 생생한 휴식을 본다. 도중에 호반의 도시 새먼암과 레벨스톡을 이동해오는 대장정이 있었다. 참 멀기도 하다.
로키 마운틴에 도착하니 비가 뿌리고 있었다. 여름인데도 겨울비처럼 한기가 느껴지고 쌀쌀하다. 춥지 않을 정도의 가벼운 겉옷을 입고 나가보니 더러 반팔 차림의 사람도 보였다. 로키마운틴의 빙하를 멀리서 바라만 보아도 엄청난 풍광이다.
빙하로 다가가기 위해 설상차에 오르니 운전하는 유쾌한 청년이 내가 한국인임을 알고는 자신을 원빈이라고 소개한다. 어쨌든 반갑다. 이 설상차를 타고 빙하 중간부에 다가가니 빨간 단풍잎의 캐나다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벅찬 마음으로 신나게 즐기는 여행자들의 모습, 빙하 위로 녹지 않은 두꺼운 눈이 새하얗게 쌓여 눈 부신 햇살이 쨍하게 그 위를 비추고 있었다.
처음 느껴보는 최고의 상쾌함이다. 해발 3,750미터의 콜롬비아 대빙원에서 흘러내린 아사바스카 빙하를 눈앞에서 본다는 것은 누군가의 인생에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네 번의 빙하기를 거쳐 형성된 빙하는 총길이가 6킬로미터에 넓이 1킬로미터의 거대한 얼음조각이다. 한옆으로 그 얼음조각이 녹아서 시냇물처럼 흘러내려간다. 두 손을 모아 떠서 마셔보았다. 시리도록 짜릿하다. 만 년 전의 무공해 팔각수(Octagonal water)를 마신 것이다. 로키 마운틴에서의 경이로움은 말로 형언키 어려운 기분이었다. 위대한 자연이고 감사한 자연이고 가히 감동이었다.
이렇게 멀리 로키까지 달려온 여행자들은 흥분에 가까울 정도의 감격스러움을 마음껏 폭발시킨다. 아사바스카 빙하 위로 햇살은 쨍하게 튕겨지듯 빛나고 빙하 끄트머리에 아스라이 콜롬비아 빙원이 보인다.
멀리 보이는 곳이 닥터지바고의 시베리아 설원 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저기 작은 점처럼 걸어가는 두 사람이 라라와 지바고인가 상상해 본다. 아름다운 로키 마운틴의 연인들이다. 요즘처럼 여름이 길어지는 지구온난화를 경험하며 이제 언젠가는 이런 여행도 어려워질 것 같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빙하에서의 상쾌함을 뒤로하고 비로소 거길 나왔다. 엄청난 로키의 빙하를 가슴에 품고 흥분을 가라앉힌다. 로키 마운틴을 내려오는 버스 안에서 나는 함께하는 로라에게 노래 한 곡 들을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문득 아주 오래전 들었던 팝 음악 존 덴버(John Denver)의 Rocky Mountain High가 생각났던 것이다. 모바일로 찾아낸 그 음악에 마이크를 연결해서 버스 안의 모든 사람이 함께 듣도록 했다. 아득히 잊고 있었던 노래를 로키 마운틴을 다녀오면서 들으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내 젊은 시절의 노래를 직접 현장에서 듣는 짜릿함이란...
And The Colorado Rocky Mountain High
I've seen it raining fire in the sky.
Talk to God and listen to the casual reply.
Rocky Mountain High Rocky Mountain High ♬~
다시 달리는 버스 안에서 창밖을 내다본다. 하늘을 찌를 듯한 울창한 숲이 에워싸는 길고 긴 도로 위로 나를 태운 버스가 끝없는 길 위를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