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 우리 삶을 조금씩이라도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습니다."

 

연극을 사랑하고 연기의 한 길만 걸어온 연극배우 이승기 씨의 말이다. '시니어'라기에는 너무 젊은 그를 서울혁신파크 안 미래청에서 만났다.

연극,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영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는 최근에 연극 <고래가 산다>를 마치고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 공유사무실에 입주하여

생활연극 공동체의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연극 고래가 산다(좌), 보도지침(우)

 

연극으로 그가 꿈꾸는 세상은 어떤 것일까?

 

"연극은 영화와 드라마에 비해 자본의 구애를 덜 받습니다. 연극을 통해 세상에 하고 싶은 말, 해야할 말을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연극을 전문 배우들만의 영역이 아니라 생활문화·예술 공동체의 한 부분으로 정착시키고 싶어 한다.

우리 곁의 쓰레기 문제, 주차 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을 주민들이 직접 대본을 쓰고, 연극 무대에 올려 풀어나가다 보면 조금씩  좋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골목길이나 동네의 어떤 공간도 무대로 사용할 수 있는 지역연극의 활성화로 삶의 문화를 바꾸고 싶다는 야무진 꿈을 눈을 반짝이며 설명한다.

연극하면 대학로의 전문 극단만 떠올리던 나도 그의 연극 예찬론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승기 씨는 4회 째를 맞고 있는 '서울시민연극제' 준비위원이기도 하다. 은평구에 오래 살아온 그의 노력으로 은평구도 올해 처음 이 연극제에 참가하게 되었다.

 그가 현재까지 찾아낸 은평구의 연극동아리는 무려 7개. '은평은 봄이다'라는 이름으로 연극제에 무대를 올리는 극단의 연습을 본 소감을 감동 어린 어조로 말한다.

 

"연습하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아마추어라 부족한 면은 있지만, 시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소재로 한 연극의 내용과 연습하는 모습 그 자체가 참 아름다웠습니다."

 

그런 그가 서부캠퍼스 공유사무실에 입주하여 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일은 어떤 것일까?

 

"서울시, 구청, 각종 문화재단 등에 연극 지원 정책이 많습니다. 그러나 시민 극단들은 이런 정보를 찾기도 힘들고 지원서를 쓰는 일은 더욱 어려워합니다.

의욕은 있지만 쉽게 지쳐 포기하지요. 지원받은 경험이 있는 저는 돌아가는 시스템을 알고 복잡한 정산도 해보았습니다.

제 경험을 자산으로 삼아 연극 동아리들에게 지원 방법을 알려주고자 합니다."

 

그런 일로 수익을 낼 수 있느냐는 돌직구를 던져보았다. 

 

"당장 돈이 되는 일은 아니지만 시민극단과  전문 배우들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길이 보입니다. 연출가가 없어 고민인 시민 극단에게 전문 연극배우를 연결해 주려고

합니다. 은평구에 거주하는 연극인이 100여 명이 넘습니다. 이는 시민 극단과 연극배우 모두를 위한 사업이 될 수 있습니다.

공유사무실에서 각종 연극 지원 정책을 탐색하고 공부하면서, 이들을 연결하는 회의 장소로 사용할 예정입니다." 자신감과 희망이 넘치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언제부터 배우가 되기를 꿈꾸었을까? 어릴 때부터 영화에 푹 빠져 자란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곧장 대학로에 있는 한 극단에 들어갔다.

극단에서 좋아하는 연기를 할 수 있었지만, 10년쯤 지나니 타성에 젖은 자신을 발견하고 스스로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일을 찾아 대학에 입학했다.

그의 나이 서른 때의 일이다. 마흔에는 대학원에도 진학했고, 힘들게 공부한 힘으로 버텨나갈 수 있었다. 한양대 에리카에서 '나를 좋아하게 하는 커뮤니케이션',

남서울대에서 '몸짓연기'로 학생들과 만나기도 하는 그는 강의 준비를 하면서 스스로 공부가 더 된다고 말한다.

'배움'으로 타성에 젖은 자신을 벗어나는 길을 찾는 그에게 감탄했다.

 

약 10년 단위로 인생에 변화를 주던 그에게 우연히 다가온 기회는 바로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였다. 이곳에서 남경아 관장님은 친절하게 캠퍼스 공간 구석구석을

소개해 주며 강좌 개설, 공유사무실 입주 등 오직 캠퍼스에서 도전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과 기회를 알려 주셨다고 한다. 

이 기회를 행운으로 여긴 그는 곧바로 서부캠퍼스의 공유사무실 추가모집에 신청, 입주하게 되었고 다음 정규학기에는 '마이스토리 마이스타'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신청, 이후 심사를 기다리는 중이다.

 

"수강생 자신의 이야기로 자유롭게 모노드라마를 공연하는 강좌를 통해 삶의 주인공은 나 자신이며, 우리 모두 내 삶의 스타라는 것을 확인하여 삶의 질을 높여주고

싶습니다. 또 연기가 적성에 맞는 시니어들이 엑스트라를 직업으로 삼을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어요." 

 

공유사무실 새내기(?)인 그에게 그곳의 분위기를 물어보았다. 

 

"함께 입주하여 있는 분들을 존경합니다. 특히 문화 분야의 일을 하는 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새로운 일을 모색 중이에요. 좋은 예감이 듭니다."

 

사무실에 입주한 뒤 대학, 대학원 입학 때보다 매일 설레고 두근거리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는 이승기씨.

새로운 일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어 한 톤 높아진 음성의 그와 즐겁게 이야기 나누다 보니 2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생활문화가 부족한 은평구 곳곳에 시민들의

연극 무대가 펼쳐지는 그날을 기대하면서 그가 높이 날아오르기를 같은 지역주민으로서 응원한다. ^^ 

 

 

[글/사진 : 50+시민기자단 김경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