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코로나 블루’로부터 안녕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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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30일 0시부터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었습니다. 인구 2500만 명이 몰려있는 수도권에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자 '확산세를 잠재울 마지막 방어선'으로서 3단계에 준하는 강력한 조치가 내려진 것입니다. 수도권 내 음식점과 제과점은 영업시간에 제한을 받고, 프랜차이즈 형 커피 전문점은 포장과 배달 주문만 가능하며, 실내 체육시설은 운영이 중단되었습니다.

 

이러한 조치가 앞으로 8일 동안 적용된다고 하니 신경이 더욱 곤두섭니다. 여름날 시원한 커피 전문점에서 보내는 저만의 시간은 소소한 행복이었습니다. 집 앞 프랜차이즈 치킨 집에서 창밖의 야경을 즐기며 가족과 함께 ‘치맥’을 하는 시간은 또한 즐거움 그 자체였습니다. 가끔 만나는 전 직장 동료들과의 산행은 인간관계의 욕구를 충만하게 하여 삶을 풍요롭게 해주었습니다.

 

 

그뿐인가요. 짧은 일정이지만 일 년에 한 번씩 다녀오던 국내·외 여행은 일상에 지친 삶에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시켜 주었습니다.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나 평생학습관 또는 문화센터에서 배우는 유익한 강좌들은 배움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었습니다. 아쿠아로빅장과 헬스장이 있는 집 근처 체육센터는 건강은 물론 몸매 유지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장소였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제 삶의 모습은 바뀌어버렸습니다. 여름휴가를 얻었지만 타지역 이동을 삼가야 했기에 국내 여행도 포기했습니다. 체육센터도 감염이 두려워 수개월째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 자신뿐 아니라 나와 관련된 사람들을 위해 외출을 삼갔고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지내야 했습니다. 직장마저 순환근무로 전환되어 근무 장소와 시간이 매일 바뀌다 보니 일상생활도 불규칙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는 쌓여만 갔고, 허리 통증은 악화되고, 몸무게는 불어 맞지 않는 옷들이 생겨났습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도 자리에서 일어나기 싫어 이부자리에서 뒹굴기 일쑤였습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져서 해야 할 일을 미루는 습관도 생겼습니다. 작은 일에도 섭섭해서 울적해지곤 했고, 문득 세상 사는 재미가 하나도 없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코로나 블루’를 겪고 있는 게 아니냐고 지인이 물어왔습니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로,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합니다. 감염 위험에 대한 걱정과 함께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일상생활에 제약이 커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점에서는 제가 ‘코로나 블루’를 겪고 있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더운 날씨에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실내에만 있으려니 답답합니다. 활동에 제약을 받는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무기력해짐을 느낍니다. 가벼운 감기 증상에도 코로나가 아닐까 걱정이 됩니다. 나도 코로나19 감염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니 불안해집니다. 혹여 감염자가 되어 가족을 포함하여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까 봐 두렵습니다. 제가 겪고 있는 이 모든 상황이 ‘코로나 블루’의 증상이라고 합니다.

 

저에게는 해당되지 않지만, 모 알바 취업 포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변 사람들에 대한 경계심 증가, 감정 기복, 불면증, 과민반응 등도 ‘코로나 블루’ 증상에 포함되었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두어 달 전부터 저희 가족도 전에 없던 그러한 증상들을 보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막연함에서 오는 불안감과 우리의 의지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좌절감이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우연히 합리적인 낙관주의를 뜻하는 ‘스톡데일 패러독스’라는 심리학 용어를 알게 되었습니다. 스톡데일은 베트남 전쟁 당시 8년 동안 포로로 갇혀 있다가 무사히 생환한 미국인 대령의 이름을 뜻합니다. 어떻게 8년이라는 긴 시간을 견딜 수 있었는지 기자가 물었을 때 그저 비극적인 현실을 받아들이고 버텨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스톡데일 패러독스’의 핵심은 어떤 고난이 닥쳤을 때 앞으로 잘 될 거라는 희망과 굳은 신념을 가지되, 비관적인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저 또한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는 모르지만, 이러한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여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나만의 소소한 행복을 찾아가며 ‘코로나 블루’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노력하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일상생활의 리듬을 유지하기 위해 규칙적인 생활습관(식사, 수면, 기상)을 가지려고 합니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시간을 배분해서 실내 사이클도 타고, 유튜브 ‘땅끄부부’의 동영상으로 홈트레이닝 운동을 배우려고 합니다. 소소한 행복을 즐기기 위해 요리책을 보고 특별한 음식을 만들거나 좋아하는 책을 하루에 한 시간씩 읽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자주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 동료들과 SNS를 통해서라도 지속적인 소통을 하려고 합니다. 물리적 거리는 멀어졌지만 마음의 거리는 마음먹기에 따라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도권에서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사회 활동이 더욱 위축되고 경제적으로도 점점 힘들어져 우울해지는 요즘, 우리가 어떤 마음가짐과 태도로 이 사태를 극복할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 : 50+시민기자단 한승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