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이명조 여행삼총사 대표, "자존심 버리고 전략 바꿨더니 새로운 기회 찾아왔죠"
입력 2019-03-04 07:00 수정 2019-03-04 09:17 | 신문게재 2019-03-04
이명조 여행삼총사 대표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50플러스센터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철준 PD bestnews2018@viva100.com) |
“60이 넘어서도 자신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력서를 10군데 넘게 제출해도 답이 오지 않았죠.”
이명조 여행삼총사 대표는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준비하던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대표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화려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첫 직장이었던 LG전자에서는 구매파트에 몸담았다. LG전자가 생산하는 제품에 들어갈 부품을 다른 나라에서 소싱하는 것이 주된 업무였다. 원가절감 등 다양한 활동에도 참여했다. 첫 직장에서의 근무기간만 20년이 넘는다. 2002년에는 현지 전문가 자격으로 중국에 장기 파견을 나갔다. 그 후 지사장까지 역임하다 2005년 퇴직했고, 당시 LG전자의 협력사였던 중국 배터리 업체에 취직해 12년을 일했다.
“지사장으로 근무했을 때 상해인 운전기사를 뒀는데, (중국어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도 계속 부딪혔습니다. 그런 모습이 은퇴 이후에도 자산이 된 것 같습니다.”
이명조 여행삼총사 대표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50플러스센터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철준 PD bestnews2018@viva100.com) |
이 대표는 2017년 중국에서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별다른 어려움 없이 직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직까지 중국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가 넘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현실을 녹록지 않았다.
“2~3년 정도 중견기업 이상 기업체에서 고문이나 자문 역할을 하고 싶었습니다. 중국 비즈니스 15년, LG전자 근무 경력 20년의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몇 차례 면접도 봤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60이 넘으면 기회가 한정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전략을 바꿨습니다.”
그는 린다 그래튼 영국 런던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의 말을 인용했다.
“오랜 기간 배워왔던 구매나 중국 비즈니스 경험이 인생 이모작에 있어 직선도로는 되지 않았습니다. 60세 이후에는 과거 쌓아온 20~30년의 경력이 아닌 새로운 생산적 자산에 투자해야 합니다.”
이 대표는 곧바로 15개에 달하는 시니어 프로그램에 등록해 새로운 경험을 축적했다. 그러던 중 인연을 맺게 된 곳이 5060 시니어들의 은퇴 후 인생 설계를 지원하기 위해 서울시가 운영 중인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었다. 그는 현재 재단의 모더레이터(학습지원단)로 활동하며 시니어 교육 프로그램의 기획과 진행을 돕고 있다.
지원단 활동과 별개로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에서 개설한 교육과정을 통해 글로벌 세계문화(여행) 지도사 1급, 도시여행해설사, 바리스타(2급), 반려동물 관리사 등의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여행기획·도시민박·도시여행해설가 교육 수료생들과 연합 커뮤니티인 ‘여행삼총사’를 구성했다.
“생산적 자산을 개발하기 위해 시작한 교육 활동이 나름대로의 작은 일거리를 만들어냈습니다. 최근에는 한국관광공사와 연계해 포럼을 개최했습니다. 50플러스재단 산하 캠퍼스에서 중국 문화와 관련해 강사로 나서기도 했습니다. 궁극적으로 정부 기관이나 지자체 등과 협업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교육을 이수한 수강생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하면 일정 수준의 지원금을 지급해 관련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오정민 서울시50플러스재단 PM은 “수료생들이 교육 이후에 사회공헌활동 등을 이어갈 수 있도록 활동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노하우 등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명조 대표는 은퇴 후 인생설계를 고민하는 시니어들에게 새롭고 과감한 도전을 주문했다. 그는 “처음부터 자기 자신을 내려놓기는 쉽지 않습니다. 최소 1년 정도는 여러 가지 시니어 프로그램을 받아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50플러스재단과 같은 시니어개발원에 적극적으로 문을 두드려야 합니다. 사회적기업진흥원, 사회연대은행 등 소위 시니어 영역에 속한 단체도 많습니다. 그런 식으로 자기 스스로를 깨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은퇴 후 1년이 가장 중요합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잘 소화해 커뮤니티 활동과 단기 일자리 등의 역할을 수행하다 보면 길이 보이기 시작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이명조 여행삼총사 대표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50플러스센터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철준 PD bestnews2018@viva100.com) |
그는 전 직장의 경력을 살려 기업체의 소규모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긱 이코노미 분야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긱 이코노미는 기업들이 필요에 따라 단기계약직이나 임시직으로 인력을 충원하고 대가를 지불하는 경제형태를 뜻한다. “LG전자와 중국 비즈니스 경력을 살려 휴넷과 탤런트뱅크 등 인재 풀에 가입해 구매전문가 자격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현재 중국 전문가로 등록돼 있습니다.”
이 대표는 여행삼총사에 이어 올해 1월 ‘50플러스 마이스타 카페’를 만들기도 했다. 각 분야 전문가 집단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수익구조를 형성해 나가겠다는 포부에서다. “지역체에 기반을 두고 음악회나 강연 등 퍼포먼스형 사회공헌활동들을 해나갈 계획입니다. 시니어들의 여가생활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향후에는 예비사회적기업이나 협동기업의 형태로 발전시켜 나갈 생각입니다. 평생 현역의 길을 가기 위한 주춧돌을 놓는 것이죠.”
이 대표는 100세 시대를 사는 시니어들의 인생 이모작을 여행에 비유했다. “어떤 사람들은 여행을 할 때 뒷배경만 바라봅니다. 물결만 보는 것이죠. 이렇게 과거 지향적이 돼서는 안됩니다. 만약 제가 편의점 판매원에도 도전하지 않고 오로지 자존심만으로 중국 비즈니스 경력만 내세웠다면 아직까지 이력서를 제출하고 있었을 겁니다. 앞에 앉아서 새로운 환경과 경치를 즐길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합니다. 그런 마인드라면 인생 이모작, 삼모작, 더 나아가 N모작까지 성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정길준 기자 alfie@viva100.com